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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의 생활화, 생활의 예배화 로마서 12:1-2

뻔뻔한 기대(7/13)

지난 월요일 큰 녀석을 볼리비아로 보냈습니다. 녀석은 곧 12학년이 되기 때문에 할 일이 참 많습니다. 그래도 그 소중한 시간을 쪼개어 열악한 곳에 사는 이들을 사람들을 섬기는 것도 퍽 의미가 있는 일일 것 같아 아이에게 권했더니, 흔쾌히 가겠다고 해서 보냈습니다. 볼리비아 라빠스는 해발 4,000미터 넘는 곳으로 산소양이 평지의 70%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다녀 본 곳 중에 환경이 가장 열악했습니다. 두어 달 전부터 나름대로 볼리비아에서 할 일을 준비하고 물품을 모으는 아이의 모습이 참 대견했습니다.

 

월요일 저녁 온 가족이 공항까지 아이를 배웅했습니다. 저는 아이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꼼짝 않고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 때 참 많은 생각이 스쳤습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가 정말 내가 생각하는 만큼 성숙했을까?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미숙해서 사람들을 돕기는커녕 도리어 선교사님과 현지인들에게 짐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 고산 지대에서 잘 견딜 수 있을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불길한 생각이 들기도 해서 고개를 가로 젓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보내고 돌아서는데, 마음이 짠했습니다.

 

화요일 이른 아침 아이는 전화로 안전하게 현지에 도착했다고 소식을 전해 줬습니다. 기다리던 그 전화를 받고나서 비로소 마음이 좀 놓입니다. 아이는 매일 전화를 합니다. 현지인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는데, 물을 갈아먹어서 그런지 얼굴에 여드름도 많이 나고 물집도 생기고, 음식도 기름기가 너무 많아 잘 먹지 못한다고 합니다. 금요일 저녁에는 화상통화를 했는데, 아이의 얼굴이 핼쑥해 진 것 같고 날씨가 추워서인지 감기가 들어 목소리가 좀 이상했습니다. 그래도 다 집어치우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지 않는 걸 보니 녀석이 좀 자라긴 한 모양입니다.

 

아이와 화상통화 후에 지난 달 한국에 갔을 때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제게 필요 이상으로 집착한다고 투정했던 것이 후회됩니다. 아이도 지금 아빠가 자기에게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지..... 그래도 아이가 제 마음을 이해 해 줄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뻔뻔한 기대를 해봅니다.

 

목양실에서 허 목사

해외한인장로회 뉴욕한인연합교회 United Korean Church of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