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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의 생활화, 생활의 예배화 로마서 12:1-2

완연하게 느껴지는 가을 09.10.2017

낮에는 계절의 변화를 잘 못 느끼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합니다. 새벽기도회 환기를 위해 본당의 창문을 열어 두는데, 창밖에서 들어오는 공기가 차서 창문을 닫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산책 하면서 시야에 들어오는 나뭇잎의 색깔도 많이 달라 보입니다. 곧 노랗게 그리고 붉게 불들 채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하늘도 참 맑고 높고 푸릅니다. 그래서 구름이 더 하얗게 보입니다. 해마다 어김없이 맞이하는 계절이지만, 가을은 왠지 부담스럽습니다. 가을은 마치 성숙이라는 숙제를 내주고 검사하는 선생님 같고 저는 그 선생님 앞에 다 하지 못한 숙제 장을 펼쳐 놓고 검사를 기다리는 학생 같은 기분입니다. 최근에 새벽기도회 때, 고린도전.후서를 묵상해서 그런지 성숙해가고 익어간다는 것이 참 부럽습니다. 고린도교회 사람들은 지식도 많고 은사도 많았지만, 참 미숙했습니다. 고린도교회 사람들이 알고 있던 그 많은 성경지식은 그들의 머릿속에서 맴돌아 나오는 소리에 불과한 의미 없는 소리였던 겁니다. 말씀에 대한 소화도 반응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린도교회 사람들은 참 유치했습니다. 자신들의 영적인 취향에 따라 네 개의 파벌을 형성해 다투었습니다. 바울은 예수님의 직계 제자가 아니리 때문에 사도가 아니라고, 예루살렘 교회가 준 신임장이 없다고, 외모가 볼품이 없다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끝없이 시비했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존중 그런 모습은 고린도교회에서는 참 낯설었습니다. 김현승님의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라는 시구절로 시작하는 가을의 기도라는 시를 다시 천천 읽어 보았습니다. 그 중에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라는 구절이 마음에 많이 와 닿습니다. 홀로 있으면서 하나님을 보고 자신을 보는 그리고 자신을 보듬는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시를 읽으며 나머지 시간들이 단순히 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생깁니다. 익어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늙어가는 것이라면 훗날 참 많이 공허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 맞이할 가을부터라도 좀 더 나은 숙제장을 내 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목양실에서 허목사

해외한인장로회 뉴욕한인연합교회 United Korean Church of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