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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의 생활화, 생활의 예배화 로마서 12:1-2

[목양에세이] 인간군상(10/11)

거의 두 달에 걸쳐 그 동안 마음은 있었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던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를 큰마음 먹고 다 읽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읽었던 책 중에
가장 방대한 책이었습니다. 토지는 동학혁명이 실패로 끝난 1897년부터 일본이
연합군에게 항복하던 1945년까지 경상남도 하동 평사리라는 마을의 5대째 대
지주로 살고 있던'최참판댁'을 중심으로 주인공 최서희와 김길상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이 일제 강점기라는 수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토지'를 읽은 동안에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가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민초들의 고단한 삶을 마치 곁에서 보는 것 같은 감동이
있었습니다.

토지에 등장하는 인물은 100명도 넘습니다. 그 다양한 인물을 통해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반응하는 인간군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일본사람의 힘을 업은 조준구라는 사람에게 재산을 빼앗긴 최서희가 모든 재산을
되찾는다는 내용이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딸을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게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기 집 머슴과
결혼시키는 아버지, 자식을 학도병으로 남편을 징용으로 보내고 한숨짓는
어머니,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고뇌하고 몸부림치는 이들이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오로지 자기 이익을 위해 자신의 신념과 사상은 물론
민족까지 마치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배반하며, 일본 사람보다도 더 악랄하게
동족을 핍박하면서 자신이 이들을 챙기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주어지는 삶의 정황에 다양하게 반응하는 인간군상은 오늘도 어김없이
이어지지만, 사람들이 사는 모든 방식의 삶에 대해 아름다운 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작은 이익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배반하고
동족에게 고통을 주는 일본 사람들의 하수인으로 살았던 사람들은 나름대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는 이해도 되지만, 그런 사람들의
삶에는 향은 없습니다. 좀 손해를 보더라도 내가 가진 신념, 적어도 그것이
진리에 근거한 것이라면, 그 신념을 지키며 살아갔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런
삶에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향내가 있으니까요!

목양실에 허 목사

-- 작성자: www.ukcny.org , 날짜: 10/10/2015 07:32:00 오전 , 이 글의 주소:
목양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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